칼럼-제대로 된 패션 전문 전시회가 필요하다

[패션저널:강두석 편집인]최근 들어 패션 전문 전시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지만, 대부분 고만고만한 콘셉트와 규모로 특색 없이 개최되고 있어 오히려 업계에 피로감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국내에는 복종별로 전문화된 전시회를 제외하고 종합 패션 전시회를 표방하는 전시회가 지방을 포함, 10여개에 이르지만, 인디 브랜드 페어를 제외한 대부분의 전시회가 유사한 형태와 콘셉트로 해당 전시회만의 특색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에 중소형 패션 전시회가 난립하고 있는 데는 우리나라를 대표할만한 전문 전시회가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전문 전시회가 자리잡는다면 지금같은 형태가 아닌, 틈새를 노리면서 확실한 지향점을 갖는 전시회들이 생겨나고 이를 발판으로 패션산업이 균형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된다. 대형 패션 전문 전시회의 등장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서울패션페어의 경우 서울패션위크의 한 영역으로 개최돼 왔으나, 서울패션위크 자체가 당초 전시행정의 성격을 강하게 지니고 출발하면서 시각적으로 화려한 패션쇼에 치여 구색 맞추기용 행사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이에 따라 행사 초기에는 패션쇼 참가 브랜드들의 출품이 주를 이루었던 서울패션페어는 현재 서울컬렉션 참가 디자이너들의 외면으로 서울컬렉션과 연계되지 못한 채 겉돌면서 패션 전문 전시회로써의 위상을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처음 개최된 패션코드의 경우 주최측과 주관사의 역량 부족이 도마에 올랐다. 패션 전문 전시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출발한 패션코드는 일부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행사 진행과 사전 홍보 등에서 혹평을 받으며, 이 행사가 당초 기획했던 B2B와 B2C의 통합이라는 취지를 무색케 했다.
 
대구와 부산에서 매년 개최되는 패션전시회의 경우 출품업체 규모로는 상당한 수준이지만, 특징을 보여주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 전시회는 패션 전문 전시회의 기본이 되는 시즌제를 채택하지 않은 채 1년에 한 번 개최되고 있어 패션 전문 전시회라기에는 어딘지 어색하다. 또한 전시회 구성이나 콘셉트가 비슷해 해당 지역만의 특색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이들 전시회가 안고 있는 과제다.
 
반면 인디 브랜드 페어의 경우 출품업체의 성격이 명확해 이를 찾는 참관객들도 비교적 지향성이 확실하다. 인디 브랜드 페어가 나름의 성과를 올리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외 코리아 스타일 위크나 K-패션 페어, 룸스링크 서울 등 몇몇 전시회들이 새로 출범했으나 대부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국내에서 패션 전문 전시회가 활성화되지 못한채 중소 규모의 패션전시회가 꾸준히 생겨나고 있는 이유는 국내 유통 생태계에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주지하다시피 국내 유통 환경은 척박하기 그지없다. 수수료 매장이나 임대 매장 형태로 운영되는 백화점과 프랜차이즈 로드샵으로 대표되는 패션 유통의 특성은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패션 전문 전시회의 등장을 가로막는 주요인으로 꼽힌다. 게다가 이같은 유통의 성격이 쉬 변할 것 같지도 않아 전망마저 불투명한 것이 현실이다. 최근 들어 다양한 편집샵들이 출현하고 있지만, 이들의 역량은 아직 미약하다.
 
전시회는 비즈니스의 최전선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의는 사입제가 유통의 기본이 되는 외국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국내의 경우 대부분의 전시회 출품업체들은 브랜드 홍보를 주목적으로 전시회에 출품한다. 또 실제 전시회가 브랜드 홍보의 장 이상의 역할을 하지도 못하고 있다. 제품을 사줄 유통이 없다보니 당연한 귀결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결국 전시 주최측은 대부분 해외 바이어들에게 목을 맬 수밖에 없다. 매 패션행사마다 해외 바이어를 돈들여 초청하고 이들의 낙점을 기다리는 일이 반복된다. 그러나 해외 바이어들이라고 특별히 다르지 않다. 국내에서 괜찮은 브랜드는 해외 유명 전시회에서도 볼 수 있다. 최근 해외 전시에 대한 지원이 늘면서 국내 브랜드들의 해외 전시회 참가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해외 바이어의 입장에서 보면 굳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전시회의 경우 시기가 지나치게 늦다. 해외 바이어들은 대부분 3월과 9월이면 수주가 끝난다. 그들에게 주어진 예산의 대부분을 소진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해외 바이어들이 지갑을 열 수 있는 시기를 택하는 것도 그들에게만 전적으로 매달려야 하는 국내 환경 상 전시회의 성패를 가늠하는 요인이다. 대형 바이어를 유치할 수 있는 매력적인 브랜드의 전시회 초청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국내외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이슈가 될만한 브랜드를 참가시킬 수 있다면 이는 충분히 승수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방안이 된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급격히 탈바꿈하고 있는 중국과 이웃하고 있어 성격과 지향점만 확실하게 정립된다면 국제적인 패션 전문 전시회의 등장도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패션 산업의 특성상 전시회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전시회의 발전은 패션산업이 양적·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전시회를 통해 브랜드의 역량을 인지시키고 이를 판매로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분히 팔릴 수 있는 옷을 만들고도 이를 판매할 곳이 없어 역량을 사장시키는 일이 반복된다면 이는 개인적으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로 봐서도 커다란 손실일 수밖에 없다.
 
이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꾸준히 방법을 모색해오던 한 민간업체가 올 하반기부터 본격 준비작업을 거쳐 내년 2월 국내 패션 전문 전시회로는 대규모의 전시회를 내년 2월 개최한다고 한다. 현재까지 잠정 집계된 참가업체 수는 150개 업체 규모라고 한다. 물론 대부분 해외 패션업체들이다. 또 국내에서는 드물게 유럽을 중심으로 한 해외 국가관이 다양하게 들어설 예정이다.
 
그러나 정작 이 전시회의 주인공이 돼야 할 국내 패션업체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워낙 고만고만한 전시회가 많다보니 일단은 지켜보자는 쪽인 것 같다. 게다가 정부에서 주최하는 행사에서와 같은 부스비 감면 같은 특전도 없다. 부스비 감면은 사실 특전이 아니지만, 기존 국내 패션 전시회가 워낙 판매보다는 홍보 중심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보니 부스비라도 줄이자는 데서 비롯된 생각일 터이다. 그러나 제대로 부스비를 내더라도 활발한 수주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특전이다.
 
이 전시회가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과 새로운 콘셉트를 바탕으로 국내 대표 패션 전문 전시회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물론 그 중심에는 국내 패션업체들이 자리잡아야 할 것이다. 국내 패션업체들도 국내 대표 패션 전문 전시회의 탄생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힘을 보태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결국은 해당 패션업체와 전체 업계를 활성화시키는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 www.okfashion.kr

■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관련기사

칼럼-디자이너 패션업계 언제까지 객체로 살 것인가? (2013-10-01)
칼럼-내셔널 브랜드, 해외 진출 성공하려면 (2013-07-30)
인물탐구-디자이너 이도이,글로벌 럭셔리 향한 질주 (2013-08-27)
칼럼-SPA 브랜드 전성시대, 어떻게 볼 것인가 (2012-06-26)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패션TV-파리 국제란제리전시회 2020 패션쇼①

음식-중국 항저우 요리

[노스페이스] 백화점 매장 대형화 추진